'반기문은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너무 많은 증거를 스스로 쌓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쨌든 한국 역사상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 발언을 가장 많이 한 유력 인사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2015년 6월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엔헌장 채택 70주년 기념식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인 '하비밀크재단'으로부터 성적소수자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노력한 공로를 기리는 메달을 받았을 정도다.
보수색이 강한 반기문 외교보좌관이 노 대통령에게 소신 발언이나 직언을 하는 경우를 청와대 근무하는 2년 동안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1년이 지나기 전에 우리 사회 내 보수진영에서 "반기문이 변절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언론을 통해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된 1990년의 용산미군기지 이전 양해각서 체결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협상 대표였던 반기문 보좌관은 그 당시 어떤 소신으로 그 양해각서에 서명했는지를 설명조차 못하고 "위에서 시키니까 했다"며 책임을 모면하는 발언만 했습니다. 절대 책임을 지지 않는 그 처신이 바로 '기름 장어'라는 별칭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우려스럽다.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내가 가담한 세계가 아니라, "저 나쁜 모녀와 멍청한 박근혜"만의 문제가 될까봐. 세월호 참사를 "썩은 유병언 일가"의 문제로 퉁치려는 것처럼. 박근혜 시스템을 지탱해온 우리 안의 "성공종교, 개발주의, 식민지근성"은 보지 못할까봐. 불평등한 자본 시스템이나 새누리당의 썩은 뿌리나 소외된 일상과 생활정치의 부재라는 맥락은 고려되지 못할까봐.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과 소통하고 정상 간의 외교도 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문제 충격에 따른 대응과 대비를 잘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안 통일대박론과 북한붕괴론 사이를 서성거리기만 한 박근혜가 도대체 무얼 잘했다는 건지 반기문에게 묻고 싶다. 오바마와 아베에 끌려다니기만 하고 시진핑과는 관계가 냉랭해진 박근혜를 칭찬하는 것도 정말 상식 밖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이날 경기 개막식 애국가 행사에서 프랑스 국가의 가사를 전광판에 올렸습니다. 모두 따라하도록 유도한 것이죠. 비비시는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유를 따라 부르기 위해 모두가 일어섰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며 그 순간을 묘사했습니다. 축구에서는 라이벌이자 앙숙이지만, 경기장에 울려퍼진 8만여 관중의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유 합창은 어려운 처지에 빠진 이웃 국가와 국민에 대한 연대와 배려의 화음입니다. 비비시는 "불어 가사를 따라하는 팬들의 노래는 박자와 엉켰지만 열성적이었다. 그 모습을 본 프랑스 축구 선수들은 감정이 복받치는 듯했다"고 썼습니다.